시시콜콜

멍한 한주

youlmoo 2012. 8. 22. 23:18

 

조금 널널한 과제에다, 비가 계속 와서 이번주는 시간이 정지된 듯한 기분으로 보낸 것 같다.

 

 

지난 토요일엔 자전거 바퀴를 고쳤다.

수요일 저녁에 바람을 넣었는데 어느새 푹 가라앉은 타이어...

타이어 내부에 뭐가 있는지는 그날에야 알았다. 가느다란 튜브가 들어있더만.

거기에 빵꾸가 난 거라 그걸 갈아야 했다. 만원 들었네.

아 오랫만에 쇼핑도 했다. 반바지 이만칠천구백원.

홍익문고에서 책도 샀다. 필립 로스의 휴먼스테인1

오래전 알았던 남자한테서 연락도 왔다. 반가웠다.

 

 

일요일엔 엄마집에 갖다 줄 새 침대시트를 만들었다. 다행히 린넨천 하나가 많이 있어서.

사이즈가 크다 보니까 재단하는게 무지 귀찮고 힘들었다. 그냥 사라고 할 껄.

하다가 갑자기 재봉틀이 말을 안듣고 실이 막 엉켜서 고장났나보다 하고 포기했었다.

다음날 다시 건드려 봤는데 알고보니 윗실을 잘못 끼워놓은 아주 간단한 실수였던 거다. 하마터먼 이 재봉틀 들고 합정역까지 고치러 갈 뻔 했다. 휴;

다행히 완성은 했는데 삐뚤빼뚤 집에 가져가서 씌워봐야 알것같다...

 

 

월요일에는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ebs국제다큐영화제를 두 편 봤고 아이디어 구상한다는 핑계로 작업실도 안 갔다.

헬레나 트레슈티코바 감독의 그들만의 세상은 체코 영화였는데 멋진 다큐였다. 내가 만났던 체코에서 온 히피 커플들이 떠올랐다. 한 가족의 단편적인 일대기를 체코의 정치 상황과 교차시켜 보여주는 내용인데 재미도 있고 그들과 함께 나이들어 가는 미묘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힘이 있었다.

로스 맥켈위 감독의 위대한 잎사귀도 좋았고, GV에서 보니 되게 멋있게 생긴 미국인.

 영화 평론가가 나오는 부분에서는 그가, "불필요한 것에서 예술이 나오는 거에요" 이런 비슷한 유의 말을 해서 인상적이었다. 흠...

 

 

화요일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왔다. 수영장에도 할 수 없이 자전거를 두고 걸어서 다녀와야 했다.

오랫만에 갔더니 더 힘들었는데 "힘들수록 더 해야 늘어요" 라던 강사 샘의 말이 머리에 박혀서 쉬지 않고 열심히 했다.

아직도 물이 좀 무섭다.

 

 

충분히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어떤 자책과. 이유없는 불안함.

좀더 애쓸 필요가 있는 한주였다.

 

 

손성제- 멀리서 (feat. 김지혜)

 

멀리서 네 모습 바라보는
가만히 힘없이 바라보는
미련한 내 가슴앓이

그대란 사람과 나 사이엔
켜켜이 무심히 쌓여 가는
세월의 껍데기만이

나조차 내 맘을 미워하게
나 같은 바보를 경멸하게 하는
몹시도 오래 묵은 걱정

소리 내 한번쯤 불러 보기
용기 내 다가가 만져 보기 두려운
비겁함

그리하여 멀리서

 

 

 

어제는 이 노래를 계속 들었다.

소설 왼손잡이 여인의 내가 좋아하는 그 장면을 떠올리며.

길을 가다 갑자기 멈춰서서는 바닥에 엎드린 남자와 말없이 옆에 쭈그려 앉아 남자를 바라보는 여자.

 

이런 정적, 이유모를 슬픔, 허무의 정서에 반응해서  

그럴땐 난 깊이 가라앉는것만 같다.

 

 

 

작업실  가는길에 어린이집이 있는데

어떤애1 " 00야. 나랑 놀자."

어떤애2 " ...싫어. "

어떤애1 ".... 왜에-? "

어떤애2 ".... 그냥... 싫어어-."

 

꼬맹이들도 이런 고충이 있었다는 거. 아이쿠 안쓰러워라.

어른들처럼 복잡해지거나 머릿속에 오래 남아있지는 않고  금새 잊어버릴테지만.

아 어른은 그래서 더 힘든가? 싶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