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존재
후쿠오카 스카이코트 하카타 호텔 512호에서, 그렇게 나는 다시 혼자였고 마침 그때는 책도 읽지 못하던 때라 자연스레 노트를 꺼내들고 메모를 끄적이기 시작했다.
"여행은 내게 여전히 힘들고 많은 생각을 안겨준다. 나는 정말 아직도 여행을 잘 모르겠지만 알 수 없는 오기 같은 것이 생겨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 집에만 있을 거야, 라는 생각은 하지 않게 되었다."
..............................................................................................................................
"계속 내 생각만 나지?"
"네."
"어려서 그래."
"나도 네 생각만 나. "
"왜요?"
"늙어서 그런가봐"
..............................................................................................................................
미안하고 난처하면 웃음이 터지는 사람,
선물을 받고도 좀처럼 고마움을 드러낼 줄 모르는 사람.
사랑에 빠지면 오히려 차가와지는 사람.
같은 언어를 쓰지만
표현은 서로 다른
우리는 이토록 개별적인 존재들.
..............................................................................................................................
생각이라는 게 언어의 힘을 빌지 않으면 구체화되거나 정리가 되지 않잖아요.
어렸을 때는 어떤 생각이 떠올랐을 때 그게 언어로 형상화되지 않으면
'아 나는 왜 맨날 그냥 막연한 감만 떠오를까'
하면서 자책했는데 그렇다면 생각이라는 건 언어에 종속되어 있는 것인가요?
정말로 생각이라는 게 언어가 발달하는 만큼만 발달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언어의 영역이 협소했던 아주 오랜 옛날에는 사람들의 생각도 그처럼 단순했을까요?
또, 지금의 언어는 인간의 생각을 담아내기에 충분할 만큼 발달한 것일까요?
알고 싶어요. 언어로서 확인되지 않는 생각이라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
세상은 자기만 알고 있어도 되는 사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굳이 공개적으로 쓸 때엔 관심을 보이지 않지만, 생각을 드러내는 일에 대해서는 상당한 너그러움과 호기심을 갖고 대해준다.
<보통의 존재 > 이석원 산문집 ,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