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늦잠, 거의 지각할 뻔 했던 수영 강습.
눈을 뜨고 잠깐 고민했었다. 나의 작은 악마가 일주일에 두번뿐인 수영강습을 빼먹으라고 속삭였다.
안됏!
6시와 7시 사이의 자전거 타기.
아침의 공기는 냄새도 다르고, 여름의 열기 없이 시원하고 깨끗하다. 자전거 타기 정말 좋다.
물속에 있는 것.
둥둥 떠 있는 것, 첨벙첨벙 발장구 치는 것. 힘에 부치지만,
콘크리트 벽으로 된 수중 세계에 있는 듯 신이 났다.
도서관 대신 까페.
시간의 공간. 가고싶었지만 요즘 돈을 너무 써서 참는다.
헤어조크에 반함.
일요일에 3편을 봤다. 조각가 슈타이너의 황홀경/ 가셔브롬 / 하얀 다이아몬드.
세 편 모두 다큐멘터리인데 아 너무 멋졌다. 맹목적인 애정을 쏟아 부을 수 있는 대상을 가진 사람이 항상 부러운 나라서 더.
" 내 영화 속 인물들은 어느 정도 공통된 모습을 보인다. 특정한 한계, 자신들의 가능성을 뛰어 넘으려고 시도하는 위대한 인물이다. 물론 이런 어마어마한 도전은 실패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나는 초기 장편영화에서부터 이런 인물들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 이후의 영화에서도 계속해왔다. 초기 영화에서는 훨씬 더 비극적이었지만, 그 이후에는 좀 더 편안하게 문제를 다루었다. 그들은 실존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우리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관계에 반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떻게든 우리 존재의 존엄성을 증명할 수 있는 태도이다. "
- 베르너 헤어조크 (Werner Herszog)
집에서 마시는 커피.
상수동에서 원두를 샀다. 100g에 5000원짜리 원두를 골라 같은 종류로 200g하니까 500원 할인해서 9500원. 매일 마시면 100g은 일 주일 치. 나는 거의 이주일은 마시겠군.
원두를 직접 사는 건 비싸다고만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
갈아서 100g씩 밀봉 포장된 걸 종이봉투에 넣어왔는데 들고 오는 길에서부터 봉투 속 향에 절로 기분이 좋아지더라. 잘 샀어.
원두 분쇄기에 벌써부터 기웃기웃거리긴 하는데 짐이 늘어선 안되니깐 자제.
'Roasting Factory Cafe the blues' 라는 곳.
바람소리.
요샌 비는 좀처럼 시원하게 내리지 않고 종종 이렇게 바람만 세게 부는 날이 잦은 편이다.
밤에 나가본 지도 오랫만이라 산책하러 나갔다가 반팔옷이 추워 금방 들어왔다.
도시불빛 없는 깜깜한 밤하늘 보러 가고 싶다. 정말로.
연애는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친구는 지난주말에 소개팅을 했는데 두시간만에 헤어졌고 연락도 서로 안했단다.
난 이제 백수라 소개팅도 못하는데, 우리 이러다 연애 영영 못하는거 아닌가, 하는데
요조의 노래 '연애는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가 마침 흘러나왔다.
흐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