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enos aires- 7.11
7.9 부에노스 아이레스.
7월 9일은 아르헨티나 독립기념일이었다. 하필이면 난 왜 이런 날 여길 도착했을까. 가뜩이나 휴일이라고 상점들은 다 문닫았지, 날씨는 춥고 비까지 내리지, 숙소는 정전되어서 몇시간 동안 다시 전기가 들어올 생각을 안하는 거다. 창문없는 컴컴한 방에서 완전한 어둠속에 시체처럼 누워있다가 이내 밖에 나가보곤 했지만 사람이 하나도 다니지 않는 거리는 무섭기까지했다.
멍하니 썰렁한 거리를 얼마간 걷다보니 함박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나는 별 생각 안 하고 있는데 그나마 좀 사람들 있는 곳에 가보니 사람들이 길에서 막 좋아하며 사진찍고 난리도 아니었다. 저 사람들은 눈 안 내리는 지방에서 놀러왔나? 하고 생각했는데 숙소 할아버지 말에 의하면 기후 변화에 의한 80년 만의 눈이라고 한다. 대강 짐작으로 알아들어서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80년 만이라면 대단한건데!
7월 10일,
거리가 다시 살아났다. 코인 세탁소에서 묵혀두었던 빨래를 하면서 창밖으로 사람들을 구경했다. 오래된 듯 해서 더 멋진 코트를 입고 바쁘게 지나다니는 사람들, 대부분 이탈리아나 유럽 혈통이 많다더니 다들 정말 조각같이 생겼다. 아르헨티나 인들이 발음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들어보면 참 듣기좋고 멋지다. 아마 그들은 빠리인들 만큼 자신들이 사는 곳에 자부심을 갖고 있을거다. 거리에서는 사진에서 봤던 그 퍼포먼스를 똑같이 선보이고 있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한 블럭마다 있는 듯한 CD,DVD가게에서 흘러나오는 탱고를 들으며 CD를 골라보지만 아는 이름이 몇 개 안돼 선뜻 사기는 힘들다.
숙소에 부엌이 있어서 리조또를(인스턴트) 만들어서 먹었다. 맛있다! 그치만 페루 꾸스코나 볼리비아에서 넘쳐나던 싸고 맛있는 길거리 음식과 시장음식이 그립다. 냉장고에 넣어둔 내 우유를 누군가 훔쳐갔다. 어차피 냉장고나 방 안이나 춥기는 마찬가지니 이제는 절대로 냉장고에 넣지 않겠다.
내일은 브라질로 간다. 상파울루 까지 가는 34시간짜리 버스가 여기서 있긴 한데... 우선 브라질쪽 이과수에 들렀다가 그 다음에 상파울루로 가기로 결정. 어제 포르투갈어를 조금 공부해 봤는데 스페인어랑 정말 비슷한데 단어들이 더 예쁜거 같다.
약간 걱정되는게 있다면 브라질 국경이다. 브라질에서 아르헨티나 넘어올 때 브라질쪽에서 출국도장을 찍지 않고 건너온 것 때문이다. 같은 버스를 탔던 모두가 같이 했지만 왠지 걱정된다. 별 탈 없기를 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