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Buenos aires -7.8

youlmoo 2010. 5. 9. 11:02
부에노스 아이레스!
상점들이 거의 모두 문을 닫는 일요일에 도착해서 썰렁한 분위기 탓인지 약간 불친절한 첫인상을 내게 주고 있지만 오래된 고층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 멋져 보인다. 아르헨티나 휴일이 겹쳐서 호텔 찾기가 힘들었는데 오래 걸은 끝에 괜찮은 가격에 부엌도 쓸 수 있는 곳을 발견했다. 슈퍼마켓 찾으러 나왔는데 일요일이라고 슈퍼마켓도 문을 닫는다. 오직 비싼 레스토랑들과 극장들만 문을 열었다. 음침하고 지저분한 지하철 분위기에 약간 쫄았고 티비에서 본 뉴욕의 거리를 연상시키는 골목 부랑자들이 보인 탓에 더 애써 태연한척 힘차게 걸었다. 약간 귀찮게 한마디 툭 던지는 노인들이 있긴 한데 늘 그냥 무시하면 그만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오기 전 칠레의 뿌에르또 몬뜨에서 아르헨티나 바릴로체로 건너 왔는데 오는 길이 환상이었다.  아침 일찍 버스를 탄 탓에 졸려서 푹 쓰러져 잠 자다가 버스 커튼을 열어 봤더니 밖은 온통 눈 천지인 거다. 원래 눈이 많은 지역인가 물어봤더니 이렇게 눈이 많이온건 자기도 처음 본다며 옆에 앉은 아줌마가 말해줬다. 눈이 쌓인 산들, 눈꽃이 핀 진초록 침엽수들이 가지런히 늘어선 길가는 물론이고 바릴로체 가까이 가서는 엄청 크고 예쁜 호수도 나와서 버스에 탄 모두가 내내 고개를 쭉 빼놓고 창밖을 구경했다. 서비스 좋은 버스 승무원은 김이 서린 창문을 닦아주기까지 했다.

너무 멋진 풍경을 계속 본 탓인지, 덜덜 떨릴정도로 추운 탓인지... 바릴로체에 더 머물 생각이 없어졌다. 그래서 바로 출발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행 버스에 올라탔다. 침대버스로 22시간 걸려 여기 도착했다. 5시 좀 넘어서 빵이랑 음료수를 주더니 밤 11시 넘어서까지 저녁을 안줘서 막 불평했는데, 11시 넘어서 푸짐한 음식과 함께 샴페인 한 잔도 마시고, 아주 만족하며 편하게 왔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대해선 여지껏 만난 여행자들마다 의견이 갈렸다. 정말 좋았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그저 그랬다, 실망했다,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왕 여기 온거, 좋은 인상을 가지고 떠나고 싶다.
늘 그렇듯 칠레를 떠나오면서도 아쉬운 것 투성이다. 특히나 시간이 없어서 산 라파엘 빙하를 보지 못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