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들이

Cochabamba - 5.8

youlmoo 2010. 5. 9. 10:47
여기는 볼리비아의 꼬차밤바라는 곳이다. 그저께 도착해서 이틀밤 보냈고... 이따가 저녁에 야간버스 타고 산타 크루스란 곳에 간다. 라파스는 너무 추워서 밤마다 덜덜 떨었는데 꼬차밤바는 따뜻하다. 그런데 너무 건조해서 피부며 콧속이며 여기저기 헐었다. 아무리 로션을 발라도 소용이 없다... 라파스에서 꼬차밤바를 오는 버스는 8시간이 걸렸는데 화장실이 없는 버스라서 4시간 정도 될 때쯤엔 절망적이었다. 다행히도 중간에 10분정도 쉬어주더라. 그리곤 끝까지 갔다. 볼리비아 버스에선 절대 음료수도 마시면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보이는 풍경속에는  풀 밖에 안보이는 황량한 산이지만 구석구석 야마나 알파카, 양, 당나귀를 데리고 풀을 먹이는 원주민들을 볼 수 있던 거였다. 소, 돼지,양 등 어디서나 가축들을 방목하며 기르는 모습은 한가해 보이면서 정겹다.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여자애들은 햇빛에 그을린 듯한 짙은 피부색에 머리는 두갈래로 길게 따서 붂고 밀짚모자 같은 걸 쓰고 있고 색색의 스커트를 깜찍하게 입고 있다. 전기나 들어올까 싶은 그런 곳에서 쟤네들은 일하는 거 말고 나머지 시간엔 뭘하고 놀까 싶었다.
꼬차밤바에 들어서면서 광장이 보이고, 동네 처녀 총각들 애정행각하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보였다. 라티노들은 역시 애정표현도 나이를 넘어서 화끈하고 찐한가...
내일 아침에 도착할 산타크루스는 브라질과 가까워서 볼리비아의 느낌보다는 브라질의 느낌이 더 나는 곳이라고 한다. 열대 느낌! ㅎㅎ 꼬차밤바에는 해질무렵에 도착하는 바람에 나는 론리플래닛 가이드북에 나오는 숙소를 곧장 찾아갔다. 창문이 있고 케이블 채널이 나오는 티비도 있고! 개인욕실까지 있어서 좋았다. 근데 아까 체크아웃하고 나오는데 아침식사를 따로받는다...-_- 진작에 확인해야 했는데 내 짧은 스페인어 때문에 이런일이 벌어진다..  (어쩐지 과일이며 계란후라이며  잘나오더라...) 어제는 꼬차밤바 근교에 있는 cipe cipe 란 곳에 찾아가 봤다. 호스텔 프론트에 물어봐서 약간 버벅대며 찾아간 cipe cipe는 그냥 뭐 조용한 시골같은 분위기였다. 구석에 좀 들어가면 양을 몰고다니며 풀뜯기 는 아줌마들이 있고 광장에 한가하게 앉아 오후를 보내는 마을 사람들이 있다. 근데 다들 도시로 나갔는지 마을은 영 썰렁했다... 미크로 라는 작은 버스를 처음으로 타보고(큰 버스는 도시 간 이동에만 쓰이는거 같다...), 또  택시와 비슷하지만 행선지가 정해져 있어서 창문에 붙여놓고 무한정 합승을 시키는 것도 타봤는데. 길을 다니면서 계속 아무데서나 사람들을 태운다. 나를 포함해 세명이 뒷좌석에 앉구 앞좌석에 두명까지도 아무렇지않게 태운다...ㅎㅎㅎ 점심, 저녁으로는 엠빠냐다라는 걸 먹었는데 남미에서는 우리나라 떡볶이처럼 흔하게 파는 거 같다. 가격이 2볼리비아노로, 300원정도하는데 두개정도 먹으면 한끼 될 꺼 같다. 만두보다 크게 생겨서 빵 안에 감자랑 메추리알 둥 토마토소스 같은게 들어있기도 하고 카레가 들어있기도 한데, 몇가지 소스도 같이 놓고 팔아서 거기 서서 소스 얹어가며 먹는거다. 어제 먹어보구 맛있어서 아까도 또 먹었다.ㅋㅋ 길에 서 있으면 쏟아지는 시선에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뭐가 그리 신기하게 생겼는지(내가보기엔 피부색만 좀 옅지 다를게 없는데)... 차안에서도 목이 빠지게 쳐다보고...왠만한 큰 길마다 총들고 서있는 경찰이나 군인들도 쳐다본다. 너무 뚫어져라 쳐다보는 사람들에게는 고개한번 끄덕해주면 같이 인사한다 그냥. ㅎㅎ 라파스가 차라리 덜 신경쓰였는데... 
어젯밤엔 케이블 티비에서 미국 드라마에 스페인어 자막 나오는 거 보면서 쉬운 말들 적어보면서 연습했다. 어제도 cipe cipe에서 내게 수줍게 말을 걸어오는 볼리비아 아줌마에게   대답하고, 같이 얘기를 나눌수 없다는게 아쉬웠다. 더 많은걸 듣고 보길 원하는 내 욕심이겠지...^^ 그래도 내 스페인어는 나날이 아주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어제는 숙소근처 인터넷 까페에서 사진을 올리려고 했는데 너무 느려터져서 도저히 올릴수가 없었다. 한장 올리는데 3분에서 5분은 족히 걸리는 것 같았다. 아르헨티나 있을땐  빨랐는데.. 어차피 사진도 많이 안 찍는 편이라 천천히 올려도 괜찮을 것 같다.
산타크루스에서 다시 라파스로 돌아간 뒤 그 유명한 티티카카 호수에 갈 꺼다. 그담엔 페루에 가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