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ta cruz, Samaipata - 5.10
산타크루스는 크고 잘 사는 동네 분위기가 물씬 풍겨서 그곳에서 합승택시를 타면 2시간 반 걸리는 거리에 있는 Samaipata란 곳에 왔다. 비포장 도로에 곳곳에 산사태의 흔적이 보이고 아직도 도로를 고치는 모습이 많이 보였는데 산 풍경이며 모든게 강원도 산골에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덜컹거리는 택시 맨 뒷칸에 짐들과 쪼그리고 앉아서 오느라 멀미가 좀 났지만 마침내 도착한 사마이빠타는 굉장히 포근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산타크루스에서 사마이빠타에 오는 택시는 4명이 되어야만 출발을 하기 때문에 다른 여행자들과 같이 탔다. 슬로바키아 인 두명이랑 이스라엘 여자 한명... 어쩌다 보니 사마이빠타에서 내리자마자 호스텔도 같이 가고 근처에 있다는 El Fuerte라는 잉카전 문명 유적지를 찾아갔다. 이곳도 역시 산속 깊숙히 있어서 택시를 한대 대절해서 가야만 하는 곳이었다. 나 혼자 갔더라면 부담이 컸을꺼다. 몇십미터 되는 큰 돌에 새겨진 잉카 전 문명 사람들의 종교적 의식과 상징적인 의미를 원주민 가이드의 말로 전해들으니 별로 관심 없던 나도 점차 관심을 갖게됐다. 이스라엘 여자는 나보다도 어린데 벌써 군대(이스라엘은 의무로 여자는 2년 남자는 3년..)도 갔다왔다고 하고, 아는것도 많고 궁금한것도 많은지 끊임없이 물어보고 말했다. -_-... 게다가 5개 국어를 한다는 말에 나는 왕창 위축..^^ 나보구 꼬챠밤바에서 정글투어를 했느냐고 묻길래 안했다니까 그거 안할꺼면 거기 왜가냔다... 나는 내가 그런 타입의 여행자이기 때문이라고만 했다..
같이 갔던 슬로바키아 커플은 주로 트레킹을 좋아해서 몇박몇일 산으로 장비도 빌리고 해서 다니는 알뜰 여행자들이구, 이 이스라엘 여자는 모든걸 보고 듣고 흡수해 버리려는 듯한 굉장한 열성의 여행자 타입인거 같다. 친구랑 갔이 왔었는데 친구는 3주만에 이스라엘로 돌아갔다나... 나는 사실 이도저도아닌데...ㅎㅎ 여기저길 돌아다니고 새로운 일들에 부닥치면서 만나게 되는 크고 작은 사건을 좋아한다고 하면 안될까. 볼리비아에선 어딜 가든 투어가 많다... 칠레에서 투어를 몇번 해봤지만 투어는 내 타입이 아닌거 같아서 왠만하면 피한다. 암튼 그여자 좀 거슬리긴 했지만 저녁도 같이 먹었고 (저녁 내내 계네는 유럽쪽 상황이나 아프리카,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이집트, 이란 등에 대해 얘기를 했으나 나는 전혀 끼어들 틈이 없음에 .. 휴...한숨만 ㅋㅋ), 내게는 또 뭔가 새로운 걸 배우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여행자들을 만나서 그들과 친해진다거나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배운다기 보다는 여행하는 법을 알아가고 나만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오랫만에 맛있고 값도 저렴한 레스토랑에서 맥주 한잔과 밥(!)을 먹고 호스텔로 돌아갈 때에는 세계 정세에 대해선 무지몽매한 내 탓 보다는 우리나라의 주입식 교육을 탔하고, 그들앞에서 한글로 떠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입에서 한글이 나온지도 오래됐다.
여기 인터넷 사용료는 볼리비아 물가로는 엄청 비싸다.. 30분밖에 안했는데 1000원이다. 고만하구 가야겠다. 조그만 산골동네라 그런가보다.
아 오늘 저녁엔 수크레로 간다. 그냥 라파스로 갈까 했지만 볼리비아를 더 보고 싶어져서 수크레와 포토시를 보고 라파스로 돌아갈 생각이다. 수크레에서는 일요 시장이 굉장히 유명하다고하니 거기도 가봐야지. 침대형 버스를 사지 못하고 세미 침대 티켓을 끊었는데 그래두 뭐 괜찮을꺼 같다. 그동안 여러 사람들을 통해 전해들은 악평들에 워낙 익숙해져서 나는 별로 불평할 일이 없다. 더 안좋은 상황을 기대하는게 언제나 좋다.
버스는 절대로 정시에 출발하지 않는다. 기본 30분, 40분을 기다리고 사람들이 ´갑시다!Vamos!´소리지르며 버스를 두들겨 대는 45분 쯤이 되자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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