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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영화는 흐르는 강물 소리와 함께 강을 비추며 시작한다.
강가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보이고, 그중 한 아이의 시선을 따라서 강에 둥둥 떠내려오는 교복입은 여자애의 참혹한 시체가 보인다.
한 노년의 여인으로 나오는 윤정희가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며 수줍은 소녀같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나오는 길에 반쯤 정신이 나간 죽은 여자애 엄마를 보게 된다.  
이 여인은 소일거리로 거동이 불편한 남자네 집에서 목욕과 청소 등을 하러 다니고, 시를 배우는 강좌를 듣기 시작한다. 여인의 일상을 조용히 따라가는 것처럼 보이나, 이내 죽은 여중생의 자살에 자신의 손자가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을 알게되면서부터는 여중생의 죽음과 관련한 것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여중생의 엄마에게는 3천만원의 합의금을 쥐어주기로 하면서 그 사건은 마무리되어가는 것처럼 보이고,
여인은 자신이 알츠하이머병이 진행중이라는 사실을 듣게 되며,
죄책감은 느끼지만 여느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손자에게는 뭇내 다그치지 못한다.
피어나는 것들, 자라나고 소멸하는 것들에 소소하게 감탄하며 시를 쓰기 위해 시상을 찾아 적기를 쉬지 않는 한편,
여중생 엄마를 설득하러 나선 길에 자신도 모르게 찾아간 목적을 잊고 나서 돌아서서 기억이 떠오르자 스스로 괴로워한다.
괴로움을 잊기라도 하려는 듯 여인은 여생에 단 하나 소원이라며 간곡히 부탁했던 남자의 집으로 아무렇지 않게 다시 찾아가 그와 섹스를 한다.
봉합되지 않은 상처같던 사건과 관계들이 어떻게든 아물어가고
그녀의 시도 완성된다.

 영화의 끝은 완성된 시의 끝부분을 죽은 여중생의 목소리로 이어 낭송하면서 그녀가 죽은 다리 위에서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공부하던 교실을 비추고
내가 있었다... 라는 걸 기억해주기라도 바라는 듯 아니면 이제 홀연히 떠날 수 있다는 위안을 얻기라도 한다는 듯이 그렇게 끝이 났다.


이창동 감독이 시나리오를 정말 잘 쓰신다고 하더니 정말 그런 것 같다. 내 글이 많이 부족해서 그렇지 이 영화 직접보면 정말 좋다는 걸 알 수 있을 듯.
집으로 걸어오면서 그냥 문득
내면의 존재만으로도 그 외의 것들을 압도할 수 있겠다는, 그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내 안의 울림을 들었던 것인가? 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