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늦가을부터 겨울이 되면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며, 전 세계적으로도 인플루엔자로 인한 사망률이 증가한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특히 겨울에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지만, 열대지방의 경우 이와 같은 유행 시즌이 따로 없다. 이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생존과 전파에 특정한 환경 요소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독감 바이러스의 계절성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왔지만, 아직까지 명확한 결론은 없으며 다음과 같은 3가지의 가설로 설명되고 있다.
먼저 첫 번째 가설은 겨울이 되면 멜라토닌이나 비타민 D 대사물 농도의 감소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숙주의 저항성이 감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타민 D는 자외선에 노출되면 체내에서 생산되는데, 겨울철에는 일조량 감소로 그 결핍이 흔하다. 한 연구에 의하면 비타민 D 농도를 일정 수준 이상을 유지한 경우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독감 발생 비율이 유의하게 낮게 나타나 비타민 D를 보완이 호흡기 바이러스 감염을 감소시킨다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두번째 가설은 독감 바이러스의 생존과 관련된 외부 환경의 요인이다. 예전에는 기온 및 상대습도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생존의 연관성을 설명하려는 노력이 많았으나, 최근 샤만 박사 등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생존 및 전파와 관련해 중요한 요소는 절대 습도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절대습도는 상대습도와 관계없이 실제로 대기 중에 포함된 수분량을 나타내는 척도로, 절대습도가 낮은 경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생존기간이 연장되고, 전파율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절대습도가 낮은 경우 좀 더 안정적이며 바이러스 입자가 공기 중에 부유해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됐다. 그러므로 인플루엔자가 겨울철에 대유행 하는 것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생존과 전염에 적절한 절대습도가 겨울철에 형성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세번째 가설은 겨울이 되면서 바뀌는 생활 패턴의 변화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겨울철에는 주로 실내에서 활동하고, 좁은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여 생활하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독감에 취약한 어린이들이 모여 있는 곳은 인플루엔자의 전파가 용이하다는 가설이다. 학교생활은 실제로 독감을 비롯한 많은 질환의 계절적인 변동을 유발하는 요인이며, 겨울방학이 어린이들의 인플루엔자 전파율을 25%까지 줄인다는 보고도 있다.
인플루엔자의 계절성에 대한 이해는 인플루엔자의 전파와 대유행을 막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비타민 D를 보충해 면역력을 증가시키고 적절한 습도를 유지해 바이러스의 전파를 예방하며, 겨울철에도 적절한 실외활동을 하는 것 등이 그러한 예가 될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기존의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인플루엔자가 왜 유독 겨울철에 만연하는지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면역학, 바이러스학, 역학, 그리고 물리학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접근과 연구를 통해 언젠가는 이러한 의문을 명쾌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서울 아산병원 감염내과 박성연 인플루엔자와 날씨 인간은 아직 아는 것 보다 모르는 게 훠얼씬 더 많은 것 같다. 이런 간단해보이는 감기 조차도 잘 모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