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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

타인의 시선

-상처받기 쉬운 사람은 자기평가에 인색하다.

자신의 내면에 유아적 욕구가 있다면 이를 순순히 인정해야지, 그 욕구 불만에 이런저런 핑계를 붙여 교묘히 합리화해서는 안 된다. 만일 다른 사람에게 노이로제성 요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 '내가 지금 어린아이처럼 어리광을 부리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 유아적 욕구를 그대로 인정하면 신경증적 요구는 점차 사라질 것이다.

 

-무기력은 인생의 가장 위험한 징후다.

본인이 실제로 느끼는 대로 느끼며 살아왔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얼마나 만사에 흥미를 느끼는지 생각해 보면 된다. 자신의 실제 감정 즉 즐거움, 슬픔, 재미, 따분함, 기쁨, 외로움 등에 따르지 않고 단지 공포심에 의지해 살아온 사람은 동력이 바닥날 때가 있다. 공포심마저 그 사람을 움직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제 공포심조차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기력이 다했다. 무기력하고 만사가 귀찮으며 단지 육체가 숨을 쉬고 있기 때문에 산다는 의미밖에 없다. 느낀 대로 느끼지 못하며 살아온 사람의 결말이다.

 

-남은 남일 뿐, 당신에게 상처 줄 힘 따위는 없다.

상대는 이미 그 말을 깨끗이 잊었는데도 줄곧 신경 쓰는 사람은 아집이 센 사람이다. 온통 자신에게만 사로잡혀 있다. 한마디로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이다.

아집이 세면 셀수록 남을 쉽게 오해한다. 방어적일수록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력은 사라진다. 그런 뜻에서 보면, 방어적인 사람은 사랑받으려고 지나치게 신경 쓰다가 오히려 남의 마음을 밀어내고 마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항상 자기 보호에 신경쓰지 않으면 불안해서 자신도 모르게 방어적이 되지만, 조금이라도 냉철하게 생각한다면 상대방이 그토록 위협적인 존재가 아님을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남을 위협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의 방어적인 태도다.

 

-왜 남의 눈을 신경 쓰는가

마음이 너무 메말라 있던 탓에 갈증조차 느끼지 못했음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어릴 때 마음의 성장에 필요한 사랑이 부족했던 탓에 어른이 된 후에도 별 관계없는 사람에게까지 사랑을 요구 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애정욕구가 채워지지 않아 자신의 마음을 소홀히 다루는 것은 알코올중독자가 몸을 소중히 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점을 깨달은 사람은 먼저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자신을 소중히 한다는 것은 자신에 대해 너그러워진다는 뜻이다. 다정한 어머니가 나를 대하듯 자기 자신을 보살피는 일이다. 스스로 이해자가 되고 보호자가 되는 일이다. 절대 자기 자신에게 비판적이어선 안 된다.

애정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사람은 비판적인 부모에게 시달리며 자란 사람이다. 대초에 부모님이 애해심 깊은 사람이었다면 좋았겠지만, 이를 핑계 삼는다고 지금의 자신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부끄럼을 잘 타는 사람, 자만심이 강한 사람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는 '부끄럼을 잘 타는 사람은 자신에 대한 최악의 비평가'라고 말한 바 있다. 인간의 마음이 성장하는 데는 순서가 있다. 자상한 이해자가 존재하고 그 다음 단계에서 비판자가 등장하는 것은 별 문제가 안 된다. 그러나 자상한 이해자가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비판자를 만나게 되면 마음이 파괴되고 만다. 이렇게 되며 자기 자신에 대해 자신감을 잃게 되고 스스로를 비판하게 되어 모든 일에 지나치게 부끄럼을 타게 된다. 항상 남의 시선만 신경 쓰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너그러움 한번 느끼지 못한 채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흘려보낸다.

마음의 성장은 인간에게 무척 어려운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관대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을 관대하게 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이 없는 어머니 밑에서 자라면 자신에게 비판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애정욕구를 충족하지 못한 채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은, 자기 자신이야말로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하는 존재임을 믿어야 한다. 진심으로 자신을 너그럽게 대해야 한다. 진심이 아니면 효과가 없다. 진심이 아니면 자만이나 허세에 빠지기 때문이다. 마음속으로 자신에게 관대하지 못하면 남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신경이 쓰여 그만 허세를 부리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자신을 너그럽게 대할 것, 자신을 잘 도울 것, 자기 자신에게 어리광을 헑할 것, 자신을 잘 보살필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피곤한 당신에게 안락함을 주는 옷이 있다면 그 옷을 입도록 허락하자. 남의 눈에 들기 위한 옷 따윈 입을 필요가 없다. 남에게 아무리 잘 보여 봤자 그 사람이 당신 인생을 책임져 주지 않는다. 결국은 당신 스스로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 남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 본들 그 사람이 허무한 당신 마음을 채워 주지는 않는다.

 

-자신을 관대하게 대하라.

지금이야말로 인간의 의지를 작동해야 할 때다. '나는 어릴 때 아집 센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어. 그래서 사랑받지 못했지. 하지만 이제 나 자신을 사랑해 보겠어.'하고 결심해야 한다. 그 결심이 마음의 허무를 채워주는 출발점이 된다.

"사랑받지 못한 사람은 두려워한다."는 말은 다시 말해, 두려워하는 사람은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있지 않다는 뜻이 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겠다고 결심해도 여전히 마음속으로 뭔가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그 결심을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 마음속으로 삶을 겁내고 있다. 마음속으로 다른 사람에게 나쁘게 비칠까 두려워하고 있다. 마음속으로 인생이 그리 즐겁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사람은 아직도 자기 자신에게 충분히 너그럽지 못한 것이다.

마음속에서 실제로 느끼는 '나'와 다른 사람 앞에서 가장하는 '나'의 모습이 다르면 남과 친해지기 어렵다. 결국 자신을 희생하고 동시에 남도 희생하게 만든다. 그런 사람들은 함께 있으면 웃는 낯으로 얘기를 나누다가도 나중에는 서로 불쾌한 감정으로 자리를 떠나게 된다. 그 자리는 '가장한 나'와 '가장한 나'의 만남일 뿐, '실제로 느끼는 나'와 '실제로 느끼는 나'의 만남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만남은 아무리 계속되어 봤자 애정욕구가 충족되지 않는다. '가장한 나'와 '가장한 나'의 교류는 처음에 겉으로는 원활하게 진전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서로 '실제로 느끼는 나'를 숨기고 있기에 관계가 결코 깊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서로에게 상처만 안긴 채 끝나는 경우가 많다.

 

맺는 글

 이 책을 읽고 자기 내면의 채워지지 않은 부분을 깨달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 가토 다이조 / 나는 왜 눈치를 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