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 개론>을 봤다. 시작부터 끝까지 아주 특별하거나 멋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빈정대는 엄태웅 더러 "아 진짜 드럽게 재수없게 구네" 말하고는 한가인이 까페를 나가는 장면부터 영화가 좀 맘에 들기 시작했다. 한가인의 욕하는 연기는 참 어색했지만서도... 이제훈 친구로 나오는 재수생 남자는 나오는 장면마다 웃겨 쓰러지는줄알았다. 이제훈에게 되도 안되는 연애 코칭을 해주는데, 젤 웃겼던 장면에서 이런다.
"그때 딱 다가가, ...오른손으로 벽을 딱 짚어, 그 때 기습적으로...
아무말도 하지말고 돌아가, 절대 돌아보지마. 터프하게"
아 이분 정말 표정 너무 뻔뻔하고 웃겼다. 흥하실 것 같다.
더벅머리 남학생들, 헐렁한 청바지, 포스터 덕지덕지 붙은 동네 비디오 가게 등의 90년대 이미지가 어색하지 않게 적당히 스며들어 있었다. 삐삐 쓰던 것도 생각나고, 015B의 노래,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노래도. 나한텐 중학생때 쯤의 얘기지만 영화속에서 보니 반갑더라.
뜨거웠던 첫사랑의 기억 같은건 없었어도 왜 이런 건 다들 있지 않나 - 상대의 마음을 오해하고 결국엔 어긋났던 일이나, 어떻게 꼭 내 기대완 다르게 진행됬던 그때의 작은 헤프닝 같은 것들 말이다.
예상치 않은 장소에서 갑자기, 잊고있던 옛 기억을 떠올릴 때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 하는 이런 감정, 지금보다 나이가 더 먹어도 똑같을까? 무뎌지지는 않을까? 조금 걱정도 해보면서. 누구든 비슷할 것 같다.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 가사처럼.
" 생각이 나겠지, 너무 커버린 내 미래의 그 꿈들 속으로 잊혀져가는 너의 기억이 다시 생각날까 "
엇갈린 첫사랑을 기억하더라도 그건 손에 닿을듯 말듯하게 어렴풋한 거라서,
그 거리만큼, 조각 조각 흩어진 기억들을 주워 담고 그속에 지난 인생과, 시간에 대한 감회가 뒤섞여
더욱 아득하고, 그래서 왠지 더 쓸쓸해졌다.
이젠 그만해야지, 엉성하게 정리되는 마음들
떠나온 거리, 장소들, 사람들.
잠시 그리워해봐도
좋구나.
첫사랑에 이 영활 빼놓을순 없다. 소피 마르소야말로 첫사랑의 아이콘. <라 붐>
이 영화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다시보고 싶네. <광식이 동생 광태>
대학 내내 사랑했던 영화, 이 영화에서만은, 첫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4월 이야기>
빠질수없는, <러브레터>
고딩때 OST 많이 들었는데..
이건 정말 '너네만의 러브스토리' 같았던, <하프웨이> 음.
꼬맹이의 첫사랑, <말레나>
토토의 그녀, <씨네마 천국>
영화의 감동을 갉아먹은 디렉터스컷은 괜히봤어... ㅠㅠ
이 남자, 이제훈이란 비슷한 분위기가 있다. 소년같아.
<더 리더>
하지만 지금은 첫사랑이구 나발이구 현실속 연애에 뛰어들 타이밍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