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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Santiago -7.4

날짜를 기억하기가 쉬운 게 아니다. 기억하지 않고 사는것도 좋지만 돌아갈 날을 손꼽고 있는 지금으로썬 날짜 계산이 꽤 중요하다.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보단 서비스가 별로인 칠레의 Pullman버스를 타고 산티아고로 가는 길. 뜨루힐요, 아니 리마에서 떠난 후로 계속 버스 안에서 보내고 있다. 2일에 떠났으니 아주 오래된 건 아니다. 아리까에서는 싯을 수 있는 곳이 있어서 거기서 샤워를 했으니 아직은 버틸만 하다. 버스에서 내내 여행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니, 내 상황은 그닥 나쁜 건 아니다. 모닝커피를 이제서야 (정오를 지난시간..) 마시고 정신이 좀 드는가 하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 보던 사막 한적한 도로의 샌드위치나 핫도그를 파는 흰 트럭으로 된 귀여운 가게. 500원 정도 하는 커피를 파는 멋진 아줌마를 보고 다시 버스에 올라 타는 순간 드는 생각이 ... 저렇게 작은 kiosk 같은 데에서 싸고 맛좋은 커피를 팔며 슬쩍 미소를 던져주며 그렇게 살아가는 삶도 나쁘진 않겠다. 상상에서만 멋진 일인 것 같기도 하네.
산티아고 도착. 서울처럼 크다. 건물들이 예쁘다. 버스를 또 타기위해 기다린다. 독특하거나 예쁜 옷차림들이 많이 보인다. (남미와서 처음이다..) 잘생긴 남자들도 간혹 보인다. 헤헤... 머리가 약간 흔들~ 거리지만 뭐 이쯤이야. 피부병 문제만 괴롭히지 않는다면 괜찮다. 저번에 리마에서 Tepsa의 버스를 탄 날 밤은 따끔거려서 어찌나 혼났는지 모른다. 날씨가 별로 춥지도 않은데 다들 코트입고 패딩점퍼 입고 난리다. 그냥 가을 날씨 같구만... 난 청바지에 맨발에 샌들신고 반팔에 잠바 입고 숄 하나 걸친 상태다. 침대버스로 보이는 cruz del sur 버스(내가 탈 건 그냥 싼거..)가 도착했다. 너무 후진 버스는 아닐까 걱정된다. 매번 힘든 버스 여정이 끝나고 나면 이렇게 다짐한다. 다음번엔 좋은 거 타야지... 근데 다시 버스표를 살 때가 되면 '조금 불편하고 말지뭐' 하며 싼걸로 해버린다. 재수가 좋아 사람들이 적게 탄다면야 세미까마든 뭐든 그리 불편하진 않을텐데... 암튼 행운을 빌자!
뿌에르또 몬뜨에 도착하면 7월 5일. 시간 빨리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