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올 때 내가 어떤 감정에 사로잡혔으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말로 표현하기란 어렵다. 인간의 마음이란 말로써 다 옮길 수 없을 때가 있으며, 또 '말없는 생각'이란 것이 있게 마련인데, 그것은 누구나 한없는 기쁨과 고통의 순간에 연주하는 곡이다.
그날 내가 느낀 것은 기쁨도 고통도 아니었다. 뭐라고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놀라움을 느꼈을 뿐이다. 나의 내부에서는 갖가지 상념들이 어지럽게 날고 있었다. 그것들은 마치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려고 하다 목적지에 닿기도 전에 모두 소멸해버리는 별똥별 같았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하듯 그녀에게 마음을 활짝 열어놓을 수가 없었다. 그것이 나를 괴롭혔고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렇듯 항상 마음을 감추는 것, 그것이 바로 사회가 우리들에게 요구하는 것이며, 이 사회는 그것을 관습이라든가 예절이라든가 분별 혹은 현명이라 규정지어 버림으로써 우리들의 삶을 가면무도회처럼 만들어 버린다. 자신의 본질이 갖는 참모습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심지어 사랑에 있어서도 하고 싶은 말은 솔직하게 하고, 침묵하고 싶을 때는 침묵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공연히 시인의 말을 빌려 아첨을 하거나 괴롭다는 듯 한숨을 쉰다. 자유롭게 상대하고 자신을 내비추어 보이고 자신을 바칠 수는 없는 것일까.
나는 그녀에게 '당신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하고 솔직히 고백하고도 싶었으나, 그렇게 말할 수가 없었다.
왜 우리들은 자신의 마음속을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해명하려고 애를 써야 한단 말인가? 결국 자연에 있어서나 인간에게 있어서나 우리의 마음속에 있어서나 어떤 설명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우리의 마음이 가장 잘 끌리는 것이 아닌가.
우리들이 이해할 수 있는 인간들, 해부된 모형처럼 그 내부가 우리들의 눈에 환히 들여다보이는 인간들은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의 성격처럼 우리 마음을 냉담하게 만든다. 그리고 모든 것을 설명하려들고 마음속의 온갖 신비를 다 부정하려드는 윤리적 합리주의 이상으로 일상 생활에 있어서나 인간에 있어서 우리가 느끼는 기쁨을 망가뜨리는 것은 없다. 누구에게나 해명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는데, 우리들은 그것을 운명이거나 영감 혹은 성격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엄연히 찾아드는 원칙을 고려하지 않고 인간의 행동을 분석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사람은 자신에 대해서도 다른 사람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나는 전날 저녁에 그렇게 절망했던 모든 것에 대해서도 위안을 찾아냈으며, 그리하여 한 점의 구름조차도 내 미래의 하늘을 흐리게 할 수는 없었다.
- 막스 뮐러 / 독일인의 사랑 / 소담출판사, 안영란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