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들이

Huaraz - 6.1

리마에서 6일을 보내고 (항공권 날짜 변경 때문에...) 어젯밤 버스를 타고  오늘 새벽 5시에 와라스에 도착했다. 멋진 설산이 작은 와라스를 둘러싸고 있어서 페루의 스위스라고 불릴 만 하다. 내가 좀 제대로 트레킹할 복장이랑 트렉킹화라도 갖추고 있다면 이틀정도 걸리는 트렉킹을 해보고 싶다. 여기 오는 사람들은 대개 트렉킹을 위해서 오는 곳이긴 하지만 그것 말고도 유명한 투어가 3가지 있어서 그걸 다들 하는 것 같다. 혼자 가는 루트를 알아봤지만 투어로 가는 비용보다 돈,시간이 더 든다. 투어는 싫은데... 또 행복한 고민중이다.
새벽에 얼어 죽겠는데 넘 일찍 도착해서...그냥 터미널에서 날 밝을 때까지 버티다가 걸어서 숙소 찾아 갔다. 여행책자에서 나온 곳이었는데 꾸스꼬에서도 그랬고 이 책 저자는 나랑 취향이 비슷한가보다. 이 호스텔도 맘에 든다. 1박에 3천원 정도.(리마랑은 다른 세상 ㅎㅎ)여긴 물가도 싸니... 넘 좋다. 버스 터미널 입구에 웬 택시며 호스텔이며 온갖 사람들이 나와서 자기랑 가자면서 난리였다. 내가 갈 호스텔은 사람이 다 찼다며 거짓말까지 해가며 나를 붙잡는 숙소 삐끼 옆에선 택시 운전수가 아니라면서 자기랑 거기 가잔다. 걸어서 10분도 안걸리는데 바가지 씌운다... 그래도 내가 혼자 가겠다고, 방향을 물어보니까 친절하게 잘 가르쳐준다.

리마에서 버스 타려고 기다리는데 한국인 아저씨 둘을 만났다. 한국인이세요?하며 반갑게 물어왔다. 중미부터 내려왔는데 국경 통과할 때 꽤 애를 먹었는지 중미 가지 말란다. 선교활동 겸 여행하신다는데 둘이 여행하면서 자주 다툰단다. 한 분 생각은 여태껏 마야 유적지들 아무리 봐봤자 뭐 알지도 못하고 맨 돌덩이들 뿐인걸 보면 뭐하나 싶다고 하고, 다른 한 분은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그런 거 보지 뭘 보냐구 하구... 2, 30분간 여행 얘기를 하다가 나는 먼저 와라스 가는 버스를 탔다.

숙소에서 마저 잠을 자려다 너무 춥기도 하고, 오늘은 와라스 구경 하고, 내일은 그 근교로 투어를 하든지 아님, 혼자 갈 수 있는 곳만 가보든지 해야겠다고 맘먹고 밖에 나왔다. 시장에서 빵을 사는데 1개에 10센티모스 라길래 5개 달랬는데 아저씨는 5솔 어치 달라는 걸로 잘못 듣고는 큰 비닐에 빵을 수십개 담고 계셨다. 옆에서 치즈 파는 할머니들이 웃겨 죽겠다고 하고 아저씨는 살짝 열받으신거 같다. 5솔어치면 1500원 정도인데, 주먹만한 빵이 50개다.. ㅋㅋ

과일깎아 먹을 칼을 사려고 어슬렁 대다가 결국 큰 커터칼을 사고 말았다. 아줌마가 이걸로 과일깎아먹는다고 우기는데... 300원밖에 안하고 해서 그냥 샀다. 5솔짜리 동전을 냈더니 잠깐 유심히 살펴보더니 옆에 아줌마한테도 물어보고 가짜임이 판명났다. 믿을만한 곳에서만 잔돈을 받으려고 나름 노력했는데 기어이 가짜돈을 받고 만거다. 배는 좀 아프지만 우선 큰 돈이 아니라 다행이다, 그리구 앞으론 더 조심해야겠다. 열심히 진짜 돈과 비교해 봤는데 확실히 다르다.

점심은 좀 제대로된거 먹으러 가야겠다.

페루 북부 지역은 남부에 비해 관광객이 뜸한 곳이라 그런지...너무 주목을 받아서 (심지어 길에서 대놓고 사진찍는 사람도 있었다...어린 학생들은 졸졸 따라오기도...-_-;) 돌아다니기 부담스러웠다. 길을 지나다닐때마다 ´중국인!´하고 불러대는데...중국 음식점이 많은 탓이려니...여기는 수 밖에 없었지만 거기에 더해서 빨리 와라스를 떠나고 싶게 만든 사소한 일들이 있었다.
숙소 바로 옆에 버스 회사가 있어서 지나 다닐때마다 호객 하는 아저씨들 중에 어떤 이상한 아저씨는 굉장히 치근덕 대면서 은근슬쩍 만지려고 들고, 둘쨋날은 무지막지하게 옆 택시에 몰려드는 아저씨들에 치여서 넘어지기도 하고... (물론 그 후론 다른 길로 돌아서 다녔다.)  그들이 보기에 중국 여자 혼자 다니니까 좀 우습게 보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자제품은 온통 엘지랑 삼성꺼 쓰고 있으면서 왜 동양인은 무조건 중국인이라고 불러대는지... 그런 아저씨들... 지겹고 싫다 정말. 금발의 서양 여자들도 비슷한 기분이려나? 숙소에서 만난 뉴질랜드 여자는 남자친구랑 같이 여행왔는데 여태 자기만 여러 번 소매치기를 당했구 와라스에서도 당했다며...나보구 조심하라고 당부해 주더라.

투어를 하지 않으려고 혼자 찾아 나선 융가이 마을(투어를 하지 않고 찾는 사람은 정말 아무도 없었다...)에서는 멀뚱멀뚱 어딜 봐야하나... 두리번거리다가 (여기서도 나는 구경 하는 사람이 아닌 구경거리..ㅎㅎ ) 양가누코 호수까지 가는 합승택시를 기다려 보려고 했지만 손님이 없어서 갈 수가 없었다. 결국 와라스에서는 투어로 다니는게 보편화되어서 투어비가 오히려 더 싸고, 편한 거였다. 와라스에선 정말 그런 것 같다. 만원남짓한 투어비 까짓거 해버릴껄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별로 후회는 안한다.